일상/그것보다 더 소소한 요리

한국인은 지난 일주일을 요약할 때 뭘 먹었는가를

기뮹디_ 2025. 2. 7. 13:41

 
점심 먹고 왔는데 일이 없네요
블로그나 써야겠습니다
 
여러분은 올해의 목표를 무엇으로 정하셨나요
저는 올한해는 딱히 정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게 목표입니다만
한 때 새해 목표를 설정하면 빠지지 않고 넣는 것이 있었어요
 
바로 일기쓰기 입니다
나름 글쓰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나중에 읽어보면 재밌기도 하고
왜일까요 학생 땐 방학숙제로 받은 일기가 그렇게나 싫었는데
성인이 되니 하루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가서 기록하지 않으면 아쉽더라고요
 
다들 학생 때 쓴 일기 다시 읽어보시나요?
 
저는 일년전쯤 본가에 갔을 때 초딩시절 일기장을 다시 보았는데요
지금은 누군지 기억도 나지 않는 이름들이 있더라고요
영호야 너 누구니
물론 기억나는 이름도 있고요
주연이는 이제 뭐하면서 사려나
 
그 중 인상깊게 읽은 하루가 뭐냐면요
엄마한테 엄청 혼나서 복수하겠다고 쓴 초2 애송이의 일기입니다
그 나이부터 복수를그것도부모님께 논하다니 심성이 참 못됐어요
떡잎부터 달랐구나 하고 읽는데
번호표를 매긴 복수 리스트가 참 깜찍하더라고요
1. 책장에서 책 꺼내놓기
2. 침대에서 방방 뛰기
이렇게나 깜찍한 복수를 구상하던 저는 왜 데스노트를 사서 직장 상사의 이름을 쓰는 어른이 되었을까요
 
한 때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굉장히 많이 받았을 때도 복수리스트를 적긴 했습니다
1. 매일매일 개명하기 그럼 ㅇㅇ님 하고 불러도 대답 안해도 됨
    왜 대답 안하세요? 하면 저 이름 그거 아닌데요? 할 수 있으니까
2. 책상에 개조심 붙여놓고 부르면 짖기
3. 사무실에 스파링 설치해서 빡치면 도전장 내기
등등 더한 것도 많았는데 비방용이라 여기 쓰진 않겠습니다
그럼 진짜 논란있거든요 아무도 보지는 않지만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암튼 그래서 블로그를 판 이유도 일종의 일기를 쓰기 위함이었는데요
매일매일 회사와 집을 반복하다보니 딱히 쓸만한 것이 없더라고요
그 시절 일기를 "나는 오늘"로 시작했던 것처럼
지금의 저도 일기를 쓰려하면 뭘 먹었는지 정리해야겠다는 생각부터 나네요
역시 한국인은 밥밖에 몰라
 
우울해? 밥 잘 챙겨 먹어
몸이 아파? 밥 먹으면 금방 나아
행복해? 그럼 오늘 맛있는 거 먹어야겠네
한 주의 마무리? 뭘 먹었는가지
 
그럼 함께 제가 뭘 먹었는지 보실까요
 

 
 
남자친구가 해준 진또배기 베이컨 크림 치즈 파스타입니다
베이컨은 돼지 뽈살이었나
아무튼 가공된 베이컨과는 다른 진짜 베이컨이었는데요 (남자친구가 아주 강조함)
먹어보니 바삭한데 부드럽고 맛있더라고요
 
파마산 치즈는 Bar 형태로 되어있는 걸 샀어서
제가 그릇을 밑에 대고 주걱에 문대가면서 직접 갈았어요
이태리 출신도 장인도 아니지만 그래도 한땀한땀...
파마산 치즈가 짭쪼름하고 맛있어요
계란에 베이컨, 치즈로 맛을 낸거라 이탈리아 파스타 맛에 가깝습니다
기분이다 콜라에 라임도 담가 먹었어요
수원시 로마동 OPEN
 

 
 
피시방 끝나고 사먹은 붕빵입니다
저는 백수시절 피아노 레슨이 끝나면 자주 붕어빵을 사먹었는데요(피끝붕 TIME)
항상 슈붕을 사먹었습니다
저는 팥을 먹지 않거든요
팥붕뿐만 아니라 단팥빵도 싫고 팥죽도 싫고 하여튼 팥 들어가면 다 싫어요
귀신이 팥을 싫어한다고 하죠
그렇다면 설마 나도...?
 
저는 팥붕 VS 슈붕 대결 자체가 성립이 안된다고 여기는 사람이라
당연히 슈붕이 많이 팔렸을거라 생각하고 아저씨께 무슨 붕어빵이 더 잘팔리냐고 물어봤는데요
그냥 날마다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 (붕빵박사인) 사장님은 뭘 더 좋아하냐고 물으니
따뜻할 땐 슈붕 차가울 땐 팥붕이라는 우문현답을 내놓으셨습니다
팥붕파 고로시 실패
제가 다니던 피아노 학원 근처에선 항상 슈붕이 더 잘팔렸었는데... 애기들이 많아서 그런가
 
다 먹고 집 가는 길에 남자친구가
사장님 표정이 아주 무서워서 말걸면 화내실 거 같았는데
네가 말 거니까 활짝 웃으면서 대답하셔서 놀랐다고 했어요
저는 안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사장님 표정이 보이지 않았거든요
역시 몰라야 용감한 것 같아요
 

 
 
이것도 남자친구가 해준 마늘 볶음밥과 깎아준 사과입니다
제가한 요리는 잘 안찍게 돼요
그냥 뭐... 맨날 먹는건데
특별한 사람이 와서 해줘야 남기는 재미가 있죠
 
먹은 건 10끼가 넘는데 올릴 건 2끼밖에 없네요
세상에나
이번주 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서론이라도 길게 써두길 잘했다
 
그러면 다음주에도 무사히 만나요
밥 잘챙겨 먹으세요
우리는 한국인이니까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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