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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내린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바지 적삼 다 적신 아버지 체험기

일상/일기는 원래 훔쳐봐야 제맛

by 기뮹디_ 2024. 11. 28.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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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다들 출근은 잘 하셨는지요

서울에 20년만에 기록적인 폭설이 왔습니다

저는 서울에 대충 2n년을 살은 서울 토박이인데요 (지금은 경기도 살지만)

정말 이렇게까지 눈이 오는 건 처음 봤습니다

30cm가 쌓인 거 같아요

지구가 정말 큰일났나봅니다

어서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이 답 없는 날씨가 어떻게든 될텐데요

저같은 소시민이 백날 재활용하고 방 불 끄고 다녀봤자 돈에 눈 먼 사람들은 아무 생각 없겠죠

기업을 규제하라

 

 

어저께 오후에 찍은 나무입니다

눈이 이쁘게 내려서 온세상이 하얗게 뒤덮였더라고요

전 이때까지만 해도 기록적인 폭설일줄 모르고

우와 ~ ^^ 엘사같아 ^^ 하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하얗게 하얗게

눈 던지면서 레릿고 불러줘야하는데...

 

어제 잠깐 나가서 눈덩이 두 개 뭉쳐가지고 눈사람을 만들려고 했는데요

하나 뭉치니까 손이 얼어서 더는 안되겠더라고요

나이 들어서 혈액순환이 잘 안되나

얼은 손이 쉽게 녹지 않아요

남자친구가 준 핫팩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저는 어제 10시 반까지 야근을 했습니다

배포할 건이 있었기 때문이죠

회사에서 저녁을 사줬는데 원래 식대 달린 식당 아니고 쌀국수를 먹으러갔습니다

제가 순대국을 못먹는다고 하니까 차장님께서 쌀국수집으로 데려가주셨어요

뭘까 저같은 짜바리가 이정도 친절을 받아도 되는건가 싶었지만

쌀국수는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저희 집 앞 벤치입니다

원래는 평범한 나무벤치인데요

눈이 하도 많이와서 소파처럼 쿠션이 생겼어요

 

원래 눈이 이렇게 많이 오면 아무도 안밟은 눈밭에서 굴러줘야 하잖아요

학생 때는 운동장에서 굴렀는데 이젠 주변에 학교가 없는 찌든 직장인이라 집앞에서 굴렀습니다

다행히 절 보고 놀라신 분은 없었어요

 

어제 10시 반까지 야근을 해서 남자친구가 저를 데리러 왔는데요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앞 유리가 하얗게 뒤덮이고 도로엔 차선이 안보이더라고요

바퀴가 헛돌면서 미끄러질 땐 내가 자동차가 아니라 파라오의 분노를 탔나 싶었어요

다들 목숨의 위협을 느꼈는지 차들도 기어다니고

앞 차가 간 길이 차선이라 믿으면서... 서로서로 의지하며 왔습니다

그래도 제 남자친구는 지게차까지 끌어본 베스트 드라이버여서 저는 무사히 도착했답니다

눈이 가득한 도로에서도 한 손으로 운전하는 패기

이정도 패기면 원피스 등장인물 해야해요

 

 

아침에 눈을 헤치면서 출근하는데 나무가 쓰러져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무거워서 쓰러졌나봐요

나무가 쓰러졌는데 사람이라고 안쓰러지란 법 있나

이 날씨에 출근이 맞나...

하긴 뭐 전쟁나도 출근하는데 말이죠

 

아침 지옥철은 연착되고

사람들은 자기 출근하겠다고 어떻게든 밀면서 타고

안에서 비명지르고 화내고 그만타라그러고

어쩌면 정말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건 기록적인 폭설이 아니라

이런 날씨에도 출근을 고집하는 기업과 무지막지한 서울의 인구밀도가 아닐까요

 

아침 짜증이 나서 저는 결계를 쳤다 생각하고 나루토를 보면서 왔습니다

뒤뚱뒤뚱 걸어가 빠바에서 깨찰빵도 사고

어제 회사 1층에 있는 개인카페를 처음 갔는데 밀크티가 아주 맛있더라고용

그거 먹을 생각하면서 왔는데 사장님도 출근길이 험난하신지 아직 문을 안여셨어요

이 블로그를 다 쓰면 내려가볼 생각입니다

 

험난한 출근길을 뚫고 와서 블로그를 쓰고 있네요

아침에 힘들었으니 잠깐 숨정도는 돌릴 수 있는거죵

천만 직장인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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