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문득 침대에 누워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블로그를 다시 할까?
그 생각이 든 것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1. 나는 하루를 기억하기에 너무 바쁘다.
9월 달에 새로 취업이 됐다. 백수가 체질이라 여길만큼 노는 것에 있어 죄책감도 없고 즐거웠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내 한 몸을 책임져야 하는 만 25살 성인이다. 그래서 재취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매일 9시 출근에 6시 퇴근을 반복하는 일상을 살다보니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갔다. 흠. 아니지. 시간은 똑같이 흘러갔지만 내가 그것들을 온전히 기억할 수 없는 탓이다. 게다가 근래에는 정신병 이슈가 크게 터져서 불행하고 나쁜 시간들만 선명히 남기 시작했다. 몇 주간 어떻게 하면 이 굴레를 끊어낼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깨달은 것이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지, 왜 이런 생각이 들었지 원인을 알아낸답시고 붙잡고 있기 보다 행복한 일상과 긍정적인 생각으로 덮는 것이 훨씬 나를 강하게 만든다는 것. 그치만 내 편도체는 심하게 고장이 났는지 의지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그래서 나를 좀 더 평온하게 만드는 일상을 기록하기로 결심했다.
2. 내 일상을 재밌게 봐주는 친구가 있다.
취업과 함께 자취를 시작하면서 내 저녁밥을 책임져야 했다. 이런 것도 초심자의 행운인걸까? 이상하게 자취를 시작하니 밥을 해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야무지게 압력밥솥을 사고, 식자재도 사고, 요리어플을 깔고… 그렇게 완성한 요리를 인스타 스토리에 올렸다. 어딘가에 자랑하고 싶은 마음 반, 그냥 일상을 기록하고 싶은 마음 반. 몇 번 스토리에 올렸더니 친구가 내 일상을 보는 게 힐링된다며 계속 보고싶다는 말을 했다. 자취하는데 저녁을 해먹는 것이 대단하다는 말도 함께. 대단한가? 별 일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뿌듯했다. 하이라이트로 만들어 언제든 꺼내먹을 수 있게 해두니 나도 몇 번 손이 갔다. 기대한 것보다 더 볼만한 일상이다.
3. 나와 비슷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위로가 되었다.
나는 걱정이 되면 검색을 하는 습관이 있다. 주로 보여지는 검색 결과가 걱정을 키우기 때문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불안하면 그런 행동을 한다. 내가 하는 걱정들은 대개 뜬구름 잡는 말도 안되는 것들인데, 세상에는 나와 같은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 사람들이 쓴 글을 보며 뭐야, 완전 바보같네……. 같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와 비슷한 사람들도 일상을 살아간다는 게 위안이 됐다. 나처럼 불안감으로 정보의 바다를 헤맬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싶었다. 그게 정신병 이겨내기라는 카테고리를 따로 판 이유이다. 내 블로그는 파워블로그도 아니고 만들어진지도 얼마 되지 않아 몇 명이나 볼지 모르겠지만ㅋㅋ 드문드문 5년차 정병인으로서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었던 것들을 적어야겠다. 어차피 언젠가는 끝날 인생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살아야지!
물론 나는 작심삼일 ENFP이기 때문에ㅋㅋ 이 결심이 얼마나 갈지 모른다. 모르기에 적어둔 거다. 내가 처음에 가졌던 마음을 쉽게 잊을까봐. 좀 이따가는 매일 아침 해먹는 사과당근주스 포스트를 올려야겠다. 블로그를 적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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