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두 번째 회사를 퇴사하고 이탈리아 자유 여행을 떠났다ㅎㅎ
나에게는 입사동기이자 퇴사동기인 동료가 있어 열흘정도 넉넉히 다녀올 수 있었다!
몇 년전에 패키지로 이탈리아 - 스위스 - 프랑스 3군데를 다녀왔는데 그 중 이탈리아가 가장 좋았어서 다시 한번 떠나보기로 했다.
패키지는 정해진 시간 내에 바쁘게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충분히 분위기를 즐기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
이탈리아어는 하나도 모르지만 과감히 떠나보기로!
참고로 스위스는 물가가 너무 비싸고 프랑스는 인종차별이 많아서 그닥 가고 싶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는 인종차별을 한 번도 안당했고(운이 좋았을 수도 있지만) 물가가 엄청 센 편도 아니다. 마트에서 사면 한국보다 싸기도 하다. 외식 값이 쫌 비싸고.
분명 짐이 한 가득 나올 게 분명해서 여러 나라를 다니지 않기로 합의보았다.
같이 간 언니도 너무 돌아다니면 피곤할 거 같다며 ㅋㅋㅋㅋ
이럴 때는 여행 스타일 맞는 친구가 좋당
여행 떠날 때 찍는 국룰 사진
비행기 창 밖을 찍어보기
이 때가 가장 두려우면서도 설렌다
캐리어 이슈로 출발이 늦어지고
당시 광장공포증이 있던 나는 지하철을 오래 타는 게 무서워 급행은 타지 못했다.
그래서 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도착했는데
다행히 시간을 넉넉히 잡아두어서 비행 2시간 전에 도착했다.
근데 같이 간 언니가 1시간 기다린 건 안다행이었음 죄송해용
공항에서는 햄버거를 먹는 게 국룰이자나여
공항검색대를 통과하고 햄버거를 먹으려고 했는데
『그 누구의 땅도 아닌 곳』에서는 햄버거가 없더라고요?!?!?
에바띠예.......오로지 밖에서만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던 거심 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핫도그와 감자튀김을 먹었다.
맛은 구냥 우리가 아는 맛
그러고 그냥 들어가긴 입이 심심해서 마지막으로 공차를 샀는데
다 사고 나니까 49분인거다.
탑승 마감 시간은 2시 5분이라
진짜 졸라게 뛰었는데 10분을 더 기다려줬다.
숨이 가쁘긴 했지만 비행기를 타러 가는 길은 늘 기분이 새롭다.
좋아
외국가서 한국어로 떠들고
아무도 내 말을 못알아듣는다는 것에 즐거워할거라고
탑승하고 나니 혼자서 가시는 분들도 있더라
용기가 대단해요
저는 아직 비행기 10시간 이상 거리는 무서워서 혼자 못가요
제가 혼자 갈 수 있는 곳은 지하철 2시간 정도
그래도 이정도면 용감한 성인이죠?
확실히 대한항공 비행기는 겁나게 큽니다.
그 큰 비행기가 모두 빽빽하게 차 있는 게 아니라면
얼른 들어가서… 대충 출발 후에 눈치 보다가 자리 없는 곳으로 옮기세요
저는 이런 개꿀팁을 모르고 충성스런 개마냥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누울 자리를 잃었으며.....
편히 누워가시는 분들을 무려 14시간동안 질투해야했습니다
기내식을 먹을 정도로 비행기를 길게 타는 건 몇 년만이라
내 인식 속 기내식은 여전히 맛없다 였는데
세상에나 whyrano
와이리 맛있노
학교 급식보다 더 맛있었다
식사 2번 간식 1번해서 총 3번 먹었는데 그냥 영원히 대한항공에서 사육되는 개가 되고 싶었다
와 대한항공 클래스 미쳤다 그래... 너네는 『대한』의 타이틀을 쓰는 걸 허락해주마
했는데 올 때 타고온 터키항공 기내식이 더 맛있었던 건 안비밀
한 입 넣는 순간 나를 명예 터키인으로 만드는 터키항공 기내식은,,,, 졸라 goat
저 자비없는 거리를 보세요
새삼 과학이 발전해서 저 먼 곳을 갈 수 있다는 게 신기하지 않나요?
물론 당시의 저는 와... 14시간을 어떻게 견디나 아득하긴 했습니다
몇 년전에 비행기 오래 탔다가 진심 정신병 걸리는 줄 알았거든요
비행기의 짱 무서운 점이 뭔지 아세요?
허공이라 죽지도 못한다는 거애요........
그냥 14시간을 밀폐된 공간안에서 뚜껑 덜 닫힌 물티슈마냥 서서히 말라가야 한다는 겁니다
(기내식 3번 받아서 말라가진 못했음)
그렇지만 비행기도 그 때에 비해 발전을 했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좌석마다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있었어요
저는 스파이더맨이 꿈인 사람이고 (항상 방사능 거미에 물리기를 기다리고 있음)
최애 스파이더맨은 마일스기때문에
재밌게 봤습니다
몇 번을 봐도 재미썽
야심차게 다운받아간 은혼은 1화보고 재미 없어서 때려쳤어요
그리고 예전보다 나이들어서 그런지 밥 먹으면 잠이 쏟아지더라고요
먹고 자고를 반복하다보니 로마에 도착해있었습니다.
3년전의 저라면 기운이 넘쳐서 말똥말똥한 정신으로 고통받았을텐데요
늙어가는 게 좋을 때도 있나봅니다
여러분은 여행을 떠날 때 언제 외국에 왔다는 걸 실감하시나요
저는 비행기에서 내리고 다른 나라의 글자가 보일 때
아 내가 먼 곳으로 왔구나! 하는 거 같아요
그래서 처음 마주친 외국을 찍어두는 편입니다.
저는 인천공항도 엄청나게 넓다고 생각했는데
로마공항은 그거보다 더해요
진짜 오질나게 커요..........
그 긴 거리를 앞사람 따라서 터벅터벅 걷다보면 입국심사를 하는 곳이 나옵니다
한국인은 프리패스인지 방문목적, 체류기간 등등 질문 하나 안하고
여권이랑 제가 동일인물인지 확인만 하더라고요
그러고 도장 쾅 찍고 들여보내줘요 마치 타이쿤 게임처럼
아니 근데 좀 에바띠였던 게
사진관 아저씨 이슈(하나도 포샵 안해주심 어) + 카메라빨 안받음 이슈로
내 여권 속 나는 마약상같이 생겼는데
그 사진을 보고 저와 동일인인걸 안다고요?
이건 아니지예..............
약간 떨떠름한 기분을 안고 또 다시 열차를 타러 터벅터벅 걸어가면
양 쪽에 큰 열차가 있는 출구가 나옵니다.
야심차게 준비해간 트레블월렛 카드가 먹히지 않아 결국 현금으로 티켓을 사야했어요
그런데 티켓 파는 사람 왕싸가지 없음......
그치만 저도 노동자니까요
일하기 싫은 노동자의 마음을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자유여행의 무서운 점 중 하나는 내릴 역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타있는 내내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한 곳에 설 때마다 무슨 역인지 확인하러 전광판을 보러 나갔습니다
보다 못한 외국인 아저씨가 어디 가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겁나 무서운 얼굴로 물어봐서 인종차별 당하는 줄 알고 쫄았는데
그냥 7개 더 가고 내리면 된다고 알려주시는 착한 분이었어요
얼굴은 착하지 않지만 심성은 착한....
역시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에어비앤비 셀프 체크인을 하려고 어떤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거기에 락커가 있어서 키를 가져가야 했는데
락커가 고장이 났는지... 아무리 번호를 입력해도 꿈쩍도 안하는 거에요
잡아 당겨도 보고 눌러도 보고 돌려도 보고
온갖 시도를 다 했는데 절대 안 열리는거에여...
후에 열고 나서도 같은 방법으로 다시 안열리는 거보면 맛탱이가 간 거 같았습니다.
한 시간을 끙끙거렸는데도 감감 무소식이고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전화도 안받고
그 분의 어머니께 연락이 닿았지만 전해주겠다고 한 이후 함흥차사
도착하자마자 남의 땅에서 노숙을 해야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나도 멘탈이 나가고
동행인도 멘탈이 나가고
우리때문에 장사 방해돼서 거기 주인도 멘탈이 나간듯 보였습니다
눈치가 보여서 커피 시켜서 기다리는데
사스가 이탈리아 커피
설탕을 안넣어도 쓰지 않고 맛있더라구여
그리고 여긴 아이스 커피라는 개념이 없는지? 차게 해달라니까 못알아듣다가 얼음 두개 넣어줬어요
라떼 두 모금 마시고 멍때리다가
갑자기 신내림처럼 원코?라는 생각이 들어서 시도하니까
락커가 열린거에여!!!!
열쇠 겟하고 너무 행복해서 꺅 해버림...
그랬으면 안 됐는데
가게 주인께서 혐한이 생겼으면 어쩌지
제가 죄송합니다
스미마셍
이탈리아의 겨울 밤은
비가 추적추적 내렸고
나는 우산도 없이 터벅터벅 나애일상....
그렇게 비 맞으면서 숙소를 찾아다녔습니다.
갈수록 인적 드물고 어두운 길이라 왕 무서웠어요
가로등이 밝지 않더라고요…… 진작 쿵푸를 배워둘걸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에어비앤비로 도착한 숙소는역시나 구렸고요
유럽 숙소라서 뭐 기대도 안했지만
그냥 머리 대고 잠만 잘 수 있으면 되죠
그쵸?
비록 히터가 건조해서 목이 다 나갔지만 즐거웠으면 된겁니다
그쵸?....
극P인 우리 둘은 항공과 숙소만 잡고
어딜 갈지 전~~혀 논하지 않았기 때문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어딜 갈지 논해야 했습니다
이럴 땐 계획 짜주는 친구가 그리워잉 ㅠ
다음 날은 언젠가 시간이 나면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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