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나면 쓰겠다는 2편은 바로 다음 날 돌아왔습니다.
저는 시간이 남아 도는 생계형 좀도둑이니까요.
오해 하지는 마세요.
오전에 주어진 일을 모두 끝냈습니다.
오늘 보니까 대략 열 분의 광고 블로그들이 마음과 댓글을 남겨 주셨어요
사실 창작을 했는데 아무도 봐주지 않으면 심심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광고 댓글도 즐겁게 보는 편인데
버릇 없는 티스토리가 자꾸 휴지통으로 보내더라구요
왜지? 나는 즐겁게 보고 있는데
그래서 자기 블로그에 들리라는 홍보성 댓글이 아니면 하나하나 복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제 블로그에 많이 반응해주세여
어제 게시글에 보이는 건 기내식과 컴컴한 밤뿐이라는 피드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상쾌한 로마의 아침으로 시작할게요
저는 한평생 서울에서 살았던 서울토박이입니다
수도권 시민으로 많은 특혜를 누리고 살았던 건 사실이지만(그리고 이게 잘못 되었다고도 생각해여)
인간은 항상 자신이 갖지 못한 걸 원하니까요
제가 좋아하는 건 위 사진과 같은 탁트인 거리입니다
어지럽지 않은 간판, 탁 트인 거리, 규칙적인 건물과 배경의 조화
서울에 살다보면 접하기 힘든 풍경이라 로마가 더 좋았나봅니다
새벽에 추워서 계속 잠에서 깨고 아침 일찍 일어나 파스타를 먹으러 출발했습니다
이탈리아에 왔으면 이탈리안 요리를 먹어봐야 하지 않겠어요?
밤엔 정말 무서웠는데 아침에 보니 또 아름답더라구요
저 푸른 하늘이 보이십니까
그렇게 와~ 로마 아름다워~ 하고 파스타집에 도착했는데
분명 구글에서는 8시 반부터 영업이라고 되어있는데 9시까지 식탁에서 의자도 안내리고 있는거에요
아주 느긋하게 장사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동행인의 말로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느긋해서 오픈 한 시간 이후에 가야 한다고ㅋㅋ
그런데 이 가게는 한 시간 이후로도 준비를 하고 계셨음
아무튼
주변 가게도 다 비슷할 거 같아서 어쩔 수 없이 맥도날드에 갔습니다
로마의 첫 아침을 맥모닝으로....
친숙하고 좋네요
갓 만든 맥모닝은 따끈했고 직원 분들도 친절했습니다
그렇게 밥을 먹고 트레비 분수를 보러 출발
……하기는 했는데
로마의 버스는 짱 어려웠습니다
일단 표를 사는 것부터 쉽지 않았어요
담배 가게에서 버스 표를 판다고 하는데 지도에 검색해도 안 나오고
역에서 팔겠지 싶어서 트라스테베레 역으로 갔는데 여기서도 안팔고
헤매고 헤매다 노점상에서 샀는데 버스마저 반대방향으로 타버렸어요...
택시나 탈 걸 그랬어
두 개쯤 가서 이상함을 알아채고 내렸습니다
그러고 올바른 버스를 타러 갔는데 진짜...... 연착 미친 것.
검색해보니 원래 연착이 잘 된다고 무작정 기다리라고 하더군여
아침 날씨가 엄청 쌀쌀한데 버스 하나를 20분 넘게 기다렸습니다.
살짝 한국이 그리워질뻔했어요
심지어 연착 때문에 두 대가 연속으로 와서... 다들 밀린 버스를 기다렸는지 사람이 엄청 많았습니다
소매치기 당할까봐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어요
사람이 붐비는 대중교통에서 소매치기가 잘 일어난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20분정도 타고 P.ZA VENEZIA에 내렸습니다.
확실히 관광지에 가까워지니 제가 알던 로마 느낌이 났어요
여기도 이쁘고 저기도 이쁘고 세상에 어떻게 이런 도시가 있지
여기 사는 사람들은 우후죽순 건물이 생겨난 서울의 어지러움을 평생 모르고 살겠지
저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갔어서 이런 예쁜 조형물들을 더 볼 수 있었어요
밀라노에선 크리스마스 플리마켓이 서기도 했고요
보이는 풍경이 평화로우니 사람이 조금은 너그러워지더라고요
워낙 태생이 예민한데 로마에 있을 때는 황희정승이었습니다
(황희정승 리미티드 에디션)
관광지에는 확실히 동양인들이 많았습니다
친숙하지 않은 풍경에 친숙한 얼굴들
그러다 트레비 분수를 구경하고 있는데 어떤 중국분이 와서 말을 거시더라고요
다짜고짜 니하오 하시더니 중국어로 솰라솰라해서
암 코리안. 하니 아 쏘리 하고 가셨어요
뭘까
중국인에게 당한 인종차별
이거 참 귀하네요.
아침 파스타를 실패 했으니 점심 젤라또라도 성공해야겠죠?
트레비 분수 근처에 젤라또 가게를 가면 열띈 호객행위를 하는 방글라데시 분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찌나 핫플레이스인지 제 얼굴에 가게 메뉴판을 들이대시더라고요
메뉴판은 먹을 수 없는건데도.
저는 태생이 청개구리라 오라고 호객행위를 하는 곳엔 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많은 가게를 쭉 지나쳤는데
계속 지나치다보니
그렇습니다.
모든 가게가 호객행위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왔던 길로 돌아가서 가장 처음 본 젤라또 가게로 들어갔습니다
첫 맛은 초콜릿 젤라또가 넘사로 맛있었는데
먹다보니 너무 달아서 과일 젤라또를 먹게 되더라구요
저처럼 나이드신 분들은 초콜릿 젤라또를 조심하세요
티라미슈케익도 엄청나게 달았어요......
그래도 테라스에 앉아 사람들을 구경하는 건 즐거웠습니다
그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저런 웅장한 건물을 지었을까요?
미술시간 찰흙만들기도 어려운 저에게 판테온 신전 같은 건물은 정말 신기합니다
옛날 천재들은 정말 대단한 거 같아요
조각도 잘하고 수학도 잘하고 그림도 잘그리고
다방면에서 뚜렷하니까요
판테온신전에는 라파엘로가 묻혀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와서 구경하기도 해요
저는 뭔가..... 제 무덤에 사람들이 관광지로 찾아오는 게 싫을 거 같은데
동행인은 영광일거라고 하더라구요
콜로세움을 가던 중 배고픔 이슈로 들어간 식당
이탈리아에서는 물에도 레몬을 콜라에도 레몬을 담가줍니다
저는 그게 참 좋더라구용
콜라에 레몬 담그면 왕마시써
저는 토마토처돌이라 뽀모도로를 시켰습니다
조금 질펀한(?) 맛이었지만 괜찮았어요
가운데에는 리코타치즈와 토마토가 있는 카프레제 입니다
이게 진짜 미친놈이에요... 치즈러버 토마토러버인 저는 먹다가 눈물을 훔침ㅠ
동행인이 시킨 요리는 봉골레인데 음.... 봉골레보다는 바지락칼국수 느낌;
동행인도 매콤한 맛이 없다며 청양고추 슥슥 잘라다 넣고싶다고 했어요
음식은 한국이 더 맛있습니다ㅎ
15분마다 한번 꼴로 근사한 유적지가 나오는 도시
로마
너무 자주 보여서 어딘지 찾아볼 생각도 안들어요
그냥 우와... 저기 쩐다
페인트 총 쏘면 재밌을듯
배그 아냐?
이러면서 감탄하고 지나갔어요
그리고 콜로세움에 도착했는데 또 공사중이었습니다
몇 년전 파리에 갔을 때도 에펠탑이 공사중이었는데
그래서 그 유명한 에펠탑 야경을 못봤는데......
제발 공사를 멈춰..........
저는 공사를 몰고 다니는 사람인걸까여
재택하고 싶은데?
저는 안에 들어가는 거 별로 욕심 안났거든요
어차피 저 안에서 진짜 피의 경기가 일어나는 것도 아니니까
그치만 동행인은 되게 가고싶어해서 열심히 찾아봤는데
다 매진이었어요
그냥 간다고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더라구요 가려면 몇 달 전부터 예매해야함ㅋㅋ
설마 바티칸도? 싶어서 찾아보니 이미 매진....
아 클났따 하고 근처 카페 들어가서 바티칸 입장권 겁나 찾아봤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입장권을 사긴 했습니다
여행사 통해서 산 거라 바우처 교환해서 들어가야한다고...
근데 찾아보는 동안 대행업체에서 말장난 엄청해서 짜증났어요
바티칸은 60일전부터 예매가 가능하다고 하니 다들 미리미리 해갑시다
저처럼 어떻게든 되겠지~ 하면 어떻게든 되긴 하는데 고생해요
심지어 콜로세움은 어떻게 되지도 않았음...
로마에 그만 와 관광객들아
그리고 카페에서 사진 좀 찍다가 피자 명소로 가서 밥먹자~ 하고 나왔더니
이미 해가 져있더라고요
로마의 진짜는...... 『야경』입니다.
어찌나 변태인지 조명을 기깔나게 설치해놨어요 아주
건물이 워낙 예뻐서 제대로 보이는 낮이 더 이쁘지 않을까? 했는데
절대 아님!!
기분이 너무너무 조아져서 아주 신나게 돌아다녔어요
로마에서 하루평균 15000보 걸어서 매우 힘들었는데 힘이 좀 났습니다
그리고 알아본 피자 맛집으로 갔는데 ㅋㅋ
웨이팅이 없길래 아싸하고 들어갔더니 ㅋㅋ
직원이 쏘리 위 해브 웨이팅 비하인드...
뒤를 돌아보니 건널목에 줄이 겁나 길게.....
체력만 있었으면 기다렸지만 아침부터 버스 잘못타고 새벽에 잠 설쳐서 엄두가 안났습니다
그래서 그냥 손님 없는 곳에 가서 먹었어요
맛은 괜찮았슴니다
식당 주인인 할부지도 스윗하셨어여
저는 피자중에 마르게리따를 제일 좋아해서 좀 기대했는데
역시 본토에선 대충 먹는 음식이라 그런지... 음....
한국 최고
싸랑해요 꼬레아
콜로세움 야경이 넘 멋있어서 그런지 트레비 분수 야경은 그저 그랬어요
그리고 택시 타고 숙소로 돌아가려고 승강장을 갔는데
가서 5분정도 기다리니 웬 여자가 택시기사랑 소리 지르면서 싸우더라고요
뭘까
잠시 로마의 1호선을 본 거 같았습니다
별 일이 다 있군.. 하며 기다리는데 잠시 후에 택시 한 대가 저희 앞에 와서 서더라고요
그래서 동행인과 같이 탔는데
아까 승질부리던 여자가 갑자기 저희한테 와서 이탈리아어로 겁나 따지는 거에요 ㅋㅋㅋㅋ
라필로!! 라필로!! 하면서
뭔말이고... 적어도 영어로 해라
자기가 먼저 줄 섰다고 주장하는 거 같았고
저도 이탈리아 문화를 잘 모르고
택시 아저씨도 먼저 오셨다네요 하고 내려달라그래서
그렇구나 하고 다시 기다렸어요
그리고 두 번째 택시가 와서 탔는데 이번에는 어떤 할머니가 제 어깨를 툭툭 치더니
아까 그 여자랑 똑같은 말을 하더라고요...?ㅎ
근데 여기서 열받는거임.
아니 택시를 타고 싶으면 줄을 스셨어야죠 줄도 안서고 먼저왔다고 빡빡 우기면 다임? 빡빡이임?
아까 그 여자한테 순순히 비켜주니까 그런가?
동양인이라고 무시하나?
말이라도 공손하게 하던지 왜이렇게 성질을 부려...
그래서 제가 영어로 뭔소리세요 제가 새치기 했다고요? 하니까
택시 아저씨가 그냥 타라고 해서 문 닫았어요
짜증나서 택시에서 욕 겁나 함
그래도 아저씨가 우리 편을 들어줘서 다행이었지...
감사해서 택시비 내면서 작은 돈이지만 팁도 드렸어요
그렇게 피곤에 쩔은 채 숙소에 돌아와서 다음 날 바티칸 박물관을 갈 준비를 했습니다.
이 때까지 저는 몰랐어요
오늘 걸은 건 바티칸 박물관에 비하면
별 거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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