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2일 내 추천 타임라인에 페르세우스자리 대유성우가 떨어진다는 트윗이 올라왔다.
고등학생때부터 천체(정확히는 천체물리) 덕후였었고
서울토박이로 자라 제대로 별을 본 적이 없던 나는 대유성우가 너무 보고싶었다.
그래서 잠금계정으로 용기내 디엠도 보내고 어디가 별보기 좋은 스팟인지 이곳저곳 찾아보았다.
서울-경기권으로 가야 그나마 편하게 갈 수 있을 거 같아서 양평 벗고개터널로 결정했다.
그래서 ITX 기차를 구매했는데....
이 땐 몰랐다.
RT를 6000번 탔다는건 최소 6000명의 사람이 대유성우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란 것을...
평일 저녁에 나같은 개백수 말고 누가 양평 터널까지 가겠어~ 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출발했다.
10시쯤 도착해서 유성우를 기다리는데 이미 이 때부터 사람이 생각보다 있었다.
와중에 앉을 돗자리 안가져와서 와 1시간 반을 어떻게 서있냐...하며 유성우를 기다렸다.
그래도 별이 잘 보이고 정말 예뻤다.
살면서 이렇게 선명한 별을 처음 보았다.
근데 11시가 넘어가니까.. 차가 완전 쉴새없이 오는거다.
중국 인해전술을 본 조상님들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때부터 슬슬 예민보스가 되기 시작했다.
더워 죽겠는데 사람들 많아지면서 다닥다닥 붙고 퍼스널 스페이스따윈 없고 하여간…
그래도 별이 예쁜 게 더 커서 즐겁게 기다리긴 했다.
그런데 11시 반쯤 넘어가니 구름이 하늘을 다 가리고
일기예보를 확인하니까 새벽 6시까지 구름이 낀다는 거다.
슬슬 땀도 나고 그랬어서 돌아가기로 결정하고 남자친구 차에 탔다.
- 재앙의 시작 -
이 사진에선 잘 안보이지만, 이게 딱 2차선 도로다.
그런데 사람들이 너무 많이 온 나머지 주차공간이 없어서
양측 갓길에 모두 차를 주차해둔 상황이었다.
이 상태에서 들어오는차 - 나가는 차 둘 다 도로를 쓰려니
겁나게 겹치기 시작했다...
아니, 왼쪽 갓길에 주차를 해뒀으면 인간적으로 오른쪽 갓길은 비워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가도 오죽 차 댈 곳이 없었으면 싶기도 하고.
차를 서로서로 빼주면서 이동해야 하는데
사람이 끊임없이 오고 끊임없이 주차를 해서 그런지
아무리 양보하고 가기를 반복해도 양쪽 주차 행렬이 안 끝났다.
그렇게 나는 제발 내보내달라며 도로에서 40분을 싹싹 빌었다.
솔직히 우린 빨리 나온 편이고 아마 우리보다 더 늦게 나온 사람들은....... RIP.
심지어 벗고개터널은 도로 한가운데에 있어서 30분을 달려가야만 화장실이 있다.
내 장담하건데, 그 날 한 명쯤은 바지에 똥 지렸을 거다. ㄹㅇ
40분 대기 + 30분 달림 => 화장실 1시간 거리
급한 사람이 이걸 어떻게 참겠나.
게다가 주변에 사람들 북적이고 어디 수풀에 숨어서 쌀 수도 없어서 진짜…
그 곳은 아포칼립스 그 자체였다.
(내가 매려웠다는 건 아니다.)
먼저 떠나기로 결정한 나에게 cheers...★
40분 넘게 운전하느라 고생한 남자친구에게 cheer up...💪
양평 벗고개터널은 정말 좋은 스팟이지만
유성우 떨어지는 날엔 가지 마세요.
특히나 그게 시간당 100개가 넘게 떨어지는 대유성우라면 더더욱.
(심지어 유성우 떨어지는 건 보지도 못했다…. 우아앙)
다음에 날 좋을 때
안반데기를 한번 더 가기로 기약하며,
say good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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