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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그것보다 더 소소한 요리

[자취생 아침] 사과당근주스 만들기

by 스으으으읍후 2024. 10. 14.

자취를 하다보면 야채와 과일을 챙겨 먹는 게 쉽지 않다.

나는 잔걱정이 많아 건강관리에 예민한 편이라 사과당근주스를 만들어 먹기로 했다.

실제로 당근을 많이 먹어 암을 이겨냈다는 사람도 있고… 매일 마시며 "난 이걸 먹으니 건강할 거야!"라는 마인드 컨트롤에도 좋기 때문이다.

 

사과당근주스의 효능

1. 암 예방

2. 염증 예방

3. 눈, 신장, 간, 심장에 좋음

4. 면역력 강화

5. 당뇨 예방

 

어릴 적부터 눈이 안좋았고 집안 내력으로 신장, 간이 안 좋고 당뇨 위험도 있으며

정신병으로 인해 심장에 예민한 나에게 아주 탁월한 음식이다.

그리고 요새 환절기라 면역력이 약해져서 효과는 더 좋을 듯하다.

 

사과당근주스 만드는 법

1. 당근을 물에 끓인다. 아주 팔팔…… 당신이 당근 맛을 못 견디는 사람일수록 오래.

당근이 말랑말랑해졌다면 잘 익은 것이다.

2. 당근과 사과를 1:1 비율로 넣는다.

비율은 만드는 사람 마음이지만 나는 주로 1:1을 선호한다.

3. 집에 올리브유가 있다면 한 스푼을 넣는다. 흡수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효능과 레시피가 궁금해서 들어오셨다면 여기까지만 읽으셔도 무난하다.

 

나는 아메리칸 트레일러의 오렌지 쥬스를 좋아한다. 이걸 사먹으러 종종 스타필드에 놀러가기도 하고. 며칠 전에도 오렌지 쥬스를 사먹으러 갔는데 거기서 유기농 사탕수수 시럽을 파는 게 아닌가. 이걸 넣으면 여기 음료처럼 맛있는 맛을 낼 수 있으려나? 싶어서 하나를 구매 했다. 물론 안 넣는 게 건강엔 베스트겠지만…… 사람이 어떻게 건강하게만 살겠어요.

 

오늘 아침엔 사과당근주스를 만들다가 회사에 늦었다. (이거 정말 tmi)

 

사과.. 왕크죠

 

남자친구 부모님이 주신 사과… 사과가 무슨 애기 얼굴만하다. (그래서 나중에 이만한 걸 낳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큰 사과는 처음 봤다. 거울로 가서 비교해보니 조금만 더 컸으면 내 얼굴이랑 비슷했을 거 같다.

아침에 사과를 똑똑 썰어서 믹서기에 넣었는데,

 

 

믹서기가 포화상태가 되어 버렸다.

원래 먹던 쿠팡에서 구매한 청송 사과는 믹서기의 절반 밖에 못채운다….

여기서 뭔가 느꼈어야 했지만 아무 생각이 없는 나는 당근과 시럽을 마저 넣고 믹서를 돌렸다.

 

거대한 사과 앞에 초라해진 당근

 

내가 쓰는 유기농 시럽

 

늘 그렇듯이 올리브유를 넣는 걸 깜빡했다.

그러고 돌리는데… 쿠팡에서 산 n(<5)만원짜리 믹서기가 감당하기에 저 사과는 너무 강했다.

나는 당연히 물렁한 사과쪼가리가 날카로운 칼날을 이기지 못할 거라 생각했는데,

저 사과를 갈아내려면 슈퍼울트라토네이도회전킥을 구사하는 날이 필요했던 거다.

 

사과를 감당하지 못한 믹서기는 부모님께 대드는 잼민이처럼 아주 앙칼지게 울었다. 난 이 때까지만 해도 이게 잘 돌아가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다……. 믹서로 뭔가 갈리고 있을 때는 강아지가 으르렁 거리는 거처럼 좀 더 낮고 무거운 소리가 난다.

 

아래는 아무리 돌려도 사과가 갈리지 않아서 시도한 방법들이다. 믹서기 훈녀 생정. ^^

 

믹서기가 말을 듣지 않아요. 잘 안갈리는데 어떻게 하죠?

1. 물을 좀 넣는다.

2. 믹서기를 위 아래로 뒤집으면서 물리적으로 잘 섞어준다. 이 때 내용물이 흐르지 않도록 조심.

3. 믹서를 껐다 켰다를 반복한다.

 

난 위 방법들이 모두 통하지 않아 결국 사과를 다시 꺼내서 잘게 자르고 다시 넣어서 갈았다.

30분 동안 좃됐다. 어떡하지? 를 반복하며 계속 돌린 결과 사과당근주스를 만들 수 있었다.

내일 관리인분께 메시지가 한 통 올지도 모르겠다. 옆 집에서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왔다며….

무슨 공사장 소리를 30분동안 냈는데 더 무서운 사실은 같은 집에서 자고 있던 남자친구가 단 한번도 잠에서 깨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생에 잠자는 숲 속의 공주 오로라였을까…?

최근 스트레스로 자주 깨던 참이라 아주 부러웠다.

 

다 만드니 8시 20분이어서 아침으로 먹으려고 만들었던 사과당근주스는 그대로 냉장고에 킵.

남은 것은 6시 30분 퇴근과 지각문자뿐이다.

 

논란방지용 :

참고로 9 to 6이지만 10시전까지 출근하면 괜찮은 자율출근제다.

사실 확신은 못하지만 관리인분께서 그렇게 다니고 있으시니 그렇지 않을까 생각중이다.

자주 늦으시고 늦게 가신다. 자율인지 궁금하지만 물어봤다간 괜히 꼽주는 것으로 들릴까봐 늘 궁금해만 한다. 어려운 사회생활.

 

죄송합니다. 사실 큰 일은 아니었어요. 아니, 나에게는 큰 일이었다…. 통상적으로 큰 일이 아닐 뿐. 며칠 안 쓴 믹서기가 망가지는 줄 알았다고.

 

실제로 사과당근주스를 아침에 먹은 날엔 컨디션이 좋았다.

어쩌면 우연의 일치나 플라시보 효과일 수도 있겠지만 뭐, 좋은 게 좋은 거니까.

 

 

마지막은 대자연으로 우울해 하는 날 위해 오로라가 예쁘게 깎아준 사과. 참 손재주도 좋다.